첫사랑은 수학 시간에 찾아온다
연재 1편
“야, 너 또 졸았냐?”
수업이 끝나자마자 지원이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나는 멍한 얼굴로 칠판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듣고 있었어.”
“그래? 그럼 방금 쌤이 뭐라고 하셨는데?”
“…복습하라고?”
지원이는 한숨을 푹 쉬더니 내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진 수학 문제집을 툭툭 두드렸다. 나는 고개를 들고 교실을 둘러보았다. 아직 자리에 남아 있는 애들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급식실로 달려갔거나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러 갔다.
그런데, 맨 뒷자리. 창가에서 조용히 책을 정리하는 사람이 보였다.
서윤.
그 애는 항상 조용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늘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이 지목하지 않으면 먼저 말하는 일이 없었고, 쉬는 시간에는 주로 창밖을 보거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서윤을 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야, 이따 자습 시간에 스터디 같이 하자.”
지원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터디?”
“어. 너 요즘 수학 점수 개판이잖아. 이대로 가다간 중간고사 때 쌤한테 또 불려간다고.”
나는 잠깐 망설였다. 솔직히 공부보다 더 관심 있는 일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서윤이 점심을 누구랑 먹으러 가는지 같은 것들. 하지만 지원이의 표정을 보니 거절하면 한 소리 들을 게 분명했다.
“…그래. 하자.”
그렇게 자습 시간이 되었다. 지원이랑 나는 교실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곳엔 이미 누군가 앉아 있었다.
서윤이었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서윤은 책을 보다가 우리가 다가오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리 바꿀까?”
조용한 목소리였다. 나는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
“아, 아니야. 그냥 여기서 같이 해도 돼.”
지원이는 내 옆구리를 슬쩍 밀더니 씩 웃었다.
“좋네. 그럼 우리 셋이 같이 할까?”
서윤은 잠깐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내 첫사랑은 수학 자습 시간에 조용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