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기억할까
연재 2
운이 좋았다. 아니, 사실은 운이 나빴다.
이윤이 교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던 수진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이미 아침 조회가 끝난 후였고, 다들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었지만, 유독 수진만이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아직도 네 얼굴 보면 당황하네….’
이윤은 심호흡을 했다. 이제는 그냥 아는 반 친구일 뿐인데, 마음은 자꾸 예전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 애는 여전히 햇살을 받고 있으면 예뻤다. 창가 자리라 그런지, 긴 머리칼이 부드럽게 빛나 보였다.
“야, 이윤. 멍하니 뭐해?”
뒤에서 친구 동훈이 툭 치며 말했다. 이윤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 아, 그냥….”
“설마 또 수진 보고 있던 거냐?”
“아니, 그런 거 아니거든.”
“야, 네가 몇 년째 그러고 있는데 모를 줄 알아?”
동훈이 피식 웃으며 책상을 정리했다. 이윤은 괜히 가방을 메고 있던 끈을 손으로 감았다 풀었다.
맞다. 몇 년째 그랬다.
처음으로 수진을 좋아했던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수학 문제를 어려워하는 이윤에게 수진이 손수 설명해 준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수진을 향한 감정은 자꾸만 커졌고, 결국에는 지금처럼 가슴 깊이 묻어두어야 할 감정이 되어 버렸다.
이윤은 슬쩍 수진 쪽을 다시 바라봤다. 그때, 마침 수진도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 교실 안을 살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0.5초 정도였을까. 이윤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아, 진짜….’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수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윤아.”
수진이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어쩐지 낯설게 들렸다.
“어, 어?”
“저번에 빌려준 문제집 있잖아. 그거 오늘 가져왔어?”
“…아, 아 맞다.”
이윤은 황급히 가방을 뒤졌다. 수진에게 빌린 문제집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는 재빨리 꺼내 건넸다.
“미안, 까먹고 있었어.”
“괜찮아. 고마워.”
수진은 자연스럽게 문제집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덧붙였다.
“근데… 이윤아.”
“응?”
“우리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지?”
그 말에 이윤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어? 어, 그렇지.”
“그래, 나 맞았네.”
수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윤은 심장이 철렁했다.
‘설마, 나 기억 못 했던 거야?’
수진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이윤은 어딘가 묘한 기분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몇 년을 좋아했는데, 몇 년을 같은 반에서 지냈는데.
그 애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