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홍천 세컨드 하우스에서의 휴가
아이들의 방학과 동시에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직접 심은 목수국 100그루. 그중 딱 한 그루에서만 꽃이 피어 있었다.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작고 연약했던 묘목들이 한 해 만에 이만큼 자라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그저 기특했다.
내년에는 정원 가득 수국꽃이 피어나는 꿈을 꿔보며 잠시 행복한 상상에 잠겼다.
집 옆 텃밭에는 고추와 콩이 주렁주렁 열렸다. 특히 고추는 처음 일구는 텃밭인데도 엄청나게 많이 열려 장모님께서 가장 기뻐하셨다. 평소 ‘세컨드 하우스 집사’를 자처하시며 꼼꼼하게 텃밭을 가꾸신 장모님의 노고 덕분이었다.
휴가 기간 내내 우리 가족은 물놀이와 한판 승부를 벌였다. 자은도 해변, 홍천 물놀이장, 용오름 계곡까지 며칠 동안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물놀이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졌다. 남은 이틀은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잡초를 뽑는 데 시간을 보냈다. 오전과 오후 내내 땀으로 샤워를 했지만, 지하수의 시원한 물줄기 덕분에 금세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잘 익은 옥수수 7개를 따서 쪄 먹었다. 옥수수가 익는 동안 아이들과 잠자리 잡기 놀이를 했는데, 잠자리채를 세 번만 휘둘러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더웠다. 하지만 방금 딴 옥수수를 찌자마자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감동은 그 모든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최고였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직접 지은 목조 하우스 안에서 홀로 즐기는 짜파게티는 그 어떤 고급 이탈리아 스파게티보다 훌륭했다. 배도 채웠겠다, 아이들을 위해 기타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끈거리는 실내 온도 때문에 아이들은 공연보다 시원한 바람을 더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조만간 지붕 위에 그늘막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빗소리를 들으며 운치를 즐기기엔 목조 하우스만 한 곳이 없었다.


비 오는 날 읍내로 나가 드라이브를 즐기다 빵집에 들렀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각자 고른 빵을 먹으며 잠시 달콤한 여유를 만끽했다. 오랜만에 맛본 생크림 맘모스빵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당 충전에 완벽했다.


저녁이 되자, 미리 준비한 태양광 전등을 목조 하우스에 설치했다. 주황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하우스의 모습은 밤의 운치를 더했다. 밤늦게까지 창문을 열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 감상하며 홍천에서의 밤을 마무리했다.




내년 여름에는 활짝 핀 수국꽃으로 가득 찬 정원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